우리는 왜 글을 쓸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릴 적부터 일기장을 펴고, 종종 SNS에 감정을 적고, 가끔은 깊은 밤 홀로 앉아 메모장에 뭔가를 토해내듯 쓴다. 말보다 느리고, 눈보다 고된 이 행위를 우리는 왜 반복하는 걸까?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 존재의 ‘확인 행위’다.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못한다. 그러나 글로 써 내려가는 순간, 생각은 형태를 갖고, 기억은 구조를 가지며, 감정은 정체성을 얻는다. 글은 나 자신에게 말하는 또 다른 언어이자, 내 존재가 세계 안에 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글은 또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인간 본연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역사를 가진 모든 민족은 글을 남겼고, 글을 가진 문명만이 다음 세대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기록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이 아니라, 살아 있었던 누군가의 흔적이다. 비문 위에 남겨진 단어 하나에도 ‘누군가가 있었다’는 증명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글쓰기는, 표현이다. 말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해서 써 내려가는 문장 속엔 때로는 울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후회와 용서가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닿는 치유의 언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루를 버티기 위해 한 줄을 쓰고, 또 어떤 사람은 지나간 사랑을 정리하기 위해 백 줄을 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더 빠르게 소비되는 말과 이미지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천천히 써 내려가는 한 줄의 진심이 더 큰 울림을 준다. 글은 빠르지 않지만, 깊다. 글은 단단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은 ‘내가 존재했었다’는 증거다.
그러니 쓰자.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다듬어지지 않아도 된다. 진심이면 된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담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니까.
